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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OTEN 디자인 이야기 2 - 공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과정에서, 꽤 긴 과정이었는데요. 
일종의 플래그쉽 스토어 같은 개념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픽과 연계되는 공간 내부의 요소들은 3편에서 다룰 예정이라,
공간 디자인을 하고 설계하는 과정에서의 큰 핵심적인 이슈들만 짚어볼까 해요.

그 동안 해외로 리서치도 다녀오구요.

좌측부터 김형진 김태환 강예경
베이징 수도 공항인데 울산 공항스럽게 나왔네요. 아 진짜 좀......
별로 관심은 없으시겠지만 베이징엔 사실 꽤 그럴싸한 사보텐 매장이 하나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인테리어 매뉴얼 형태의 디자인으로 정리하기로 했었지만,
새롭게 변화한 아이덴티티를 이상적인 형태로 구현할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죠.
그렇게 해서 우리는 사보텐 컨셉 스토어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됩니다.




이것은 컨셉 스토어 프로젝트로 진행되기 전에 내부적으로 스터디해 본 것 입니다.
브랜드의 방향이 정해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다양한 방향으로 개발도 해 보고요.
얼핏 봐선 그저 그렇죠? 자세히 봐도 그저 그래요.
당연하죠 내부에서 드랍시켰으니까요.
의외로 파격적인 형식으로 금속을 많이 사용하고자 했던 스케치 입니다.

 

   





    
    전통적인 느낌의 일본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이러한 공간이 보다 현대적으로 변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연구해 본 것들이죠.













전통을 체험 중인 김형진
파격을 하려면 전통을 이해해야만 합니다.

반복되는 선(Line) 형태를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을 해 보았고요.
파사드 형태는 굳이 직선의 그리드 구조를 유지해야만 하나?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 만들어 본 것입니다.

실내 디자인 양식을 잘 관찰하면 과거에서 현대로 오면서 선(Line)이 점점 가늘어지고 섬세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왜냐면 과거에서부터 현대로 오면서 재료를 세공하고 다듬는 기술 또한 발전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 수록 디자인의 요소들이 점점 세밀해 질 수 있는 것이거든요.
이런 포인트를 극단적으로 활용하고자 했어요. 



실(室) 형태의 분리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맞추어 실의 개념도 만들어 봅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그린 컬러의 심볼로 변경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고,
또한 컨셉 스토어 장소가 이태원에 정해지게 되었네요?



후후후 처음부터 다시

그렇다면, 그에 맞추어 원점으로 돌아가 재검토를 해 봅니다. 지금까지는 스터디 과정이었으니까요.
왜냐면 브랜드의 심볼 컬러 자체가 바뀌는 것과 그린을 포인트로 사용하는 것은 다른 층위의 문제이기 때문에. 



발로 찍은 현장사진 

네, 현장 사진은 발로 찍어야 제 맛이죠. 발로 찍어서 그런지 수평이 잘 맞는 느낌... 
일단 기존의 호텔 로비 까페테리아였기에 충분한 높이가 있으니, 장점은 잘 살려야겠다고 다짐도 하고.
현장에만 오면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집니다. 배도 고프고.. 집에 가고 싶고..

자,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게요. 가구와 파사드, 그리고 키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굉장히 러프한 프로토 타입 디자인 스케치입니다. 완성작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먼저, 기존의 톤을 고수하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요.

첫째로 그린 톤의 레이어가 올라갔을 때, 온전한 그린의 느낌이 나길 원했습니다.  
흰 도화지에 그린 기린 그림처럼 
이 시점에서 꼭 화이트를 고집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전반적으로 화이트 워싱된, 환한 느낌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요.

둘째로는 사보텐이라는 브랜드가 구식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동시대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기존에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톤에서 벗어나되 학습된 고객들에겐 적당하게만 이질적일 수 있는 딱 그런 느낌이요.
특히 가구를 만드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동시대적인 느낌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우리에겐 이 정도의 느낌이 필요합니다. 이 정도의 각도 같은 미묘한 느낌이요.




이것은 조금 더 다듬어진 다음 단계의 버전인데요. 
현재와는 굉장히 다르지만 완성된 사보텐 컨셉스토어가 가진 핵심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어요.
홀 가운데 위치한 그리드 구조도 그렇고요, 
가구를 이용해 공간을 분리하는 개념이 들어가 있고요,
실 형태의 분리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현장의 높이와 구조를 그대로 활용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홀의 기본적인 레이아웃 및 가구가 가진 선의 흐름 역시 여기서 시작하고 또 완성 됩니다. 

선의 흐름 위에, 그리고 이 단계에선 완성되지 않았으나 브랜드만의 독특한 패턴을 중심으로 한 공간을 의도했어요.
진정한 의미의 컨셉 디자인으로 볼 수 있겠어요. 


(좌) 단체석 의자 / (우) 홀 의자

가구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오래된 브랜드에 동시대적인 활력을 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규정했고요.
그렇기에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인 가구도 컨템포러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단체석 의자 - 우리는 왕 의자라고 부릅니다- 는 하나의 단일 매스로 구현했고,
홀 의자 역시 나무로 된 덩어리에 금속 한 줄로 구조가 완성되지요.
앞다리는 금속이고, 뒷다리는 목재인 의자라니, 말만 들어도 컨테엠포우러뤼이하지 않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구조의 의자를 본 경험이 많지 않을 거에요.
굉장히 동양 특유의 어떤 선(Zen) 적인 느낌이지만,
어느 나라의 디자인인지 딱 집어 말할 수 없는 국적 불명의 느낌적인 느낌? 


뭔 소린지 모르겠다면 기분 탓인 겁니다
 
우리의 입장에서 중국이나 일본은 참 알다가도 모를 요소들이 있습니다. 
가까운 나라인데도 그렇잖아요?
그래서 컨템포러리 아시안이라는 방향을 고려 했을 때, 국적 불명의 무언가를 상상했어요.
일본스럽기도 하고 어딘지 중국스럽기도 하고, 근데 뜯어보면 구체적으론 모호한 그런 느낌이요.
굳이 따지자면 일본 브랜드를 한국에서 리뉴얼 하는 것이니깐,
그러한 요소가 어떤 형식이 되던지간에 공간 안에 개입하길 바랐구요. 전략적 모호함 
어쨌건 우리는 이 의자를 보고 너무 감동한 나머지 이걸 디자인한 예경에게 올해의 가구상을 멋대로 수여합니다. 

두 의자는 굉장히 인기가 좋아서, 우리의 지인들로부터도 문의가 쇄도했어요.


문의는 많은데, 다들 그냥 달라고만 



네 편하게 문의해주세요. 02-790-8680 

처음에 클라이언트는 의자의 스케치를 보았을 때, 
사용하기 어렵거나,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어요.
그래서 윗 사진과 같이 디자인-설계 기간 중에 우리는 샘플 가구를 만들어서 시연합니다.

샘플을 직접 본 후에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어요.
단체석 의자는 높이 1700mm이던 것을 실제 사용할 제품은 더 높게, 무려 1900mm로 수정 제작하게 됩니다.
막상 다루어보면 거대한 단체석 의자는 생각보다 많이 가볍고, 홀 의자는 생각보다 많이 무거워요.
홀 의자는 무겁긴 한데, 품격이 느껴집니다. 품격이죠. 무게가 곧 품격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예쁘잖아요.


왕 의자에 앉더니 어딘지 모르게 거만해진 조중현 

이 의자의 장점은 앉자마자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고개가 빳빳해지는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자신감이 매우 상승합니다. 자신감 버프 싸가지 디버프 효과. 
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앉아보면 굉장히 특이해서 그 경험만으로도 소중한 의자 되겠습니다.
보통 우리는 중요한 가구를 디자인 한 후에 샘플 제작을 하는데, 이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기도 하고, 우리 입장에서는 보완할 요소를 찾을 수 있어요. 



어떤가요?
방의 개념 없이도 독립된 공간이라는 기능을 만족시키고 있으며,  
동시에 큰 홀 공간에 벽체를 별도로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공간을 넓게 연출할 수 있어요.
저 의자 자체로 공간 분리의 구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홀과 단체석의 강한 대비가 이질감 없이 구현 되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의자는 사람과 최종적으로 접하는 디테일인 동시에 큰 하나의 구조로 작용하는 것이죠.



공간에 있는 모든 의자는 동일한 흐름을 갖고 있어요. 모두 직선 엣지 형태로 마감이 되지요.
브랜드와 관련한 패턴 형태를 제외하고는 직선의 흐름이 유지되고 또 반복 됩니다. 

 

개념적으로 따지자면 이러한 질서를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질서 위에 브랜드의 어떤 형태가 레이어드 되어서 엣지있게 포인트로 작용하길 원했어요. 



자, 진정한 의미의 컨셉 디자인으로 잠깐 돌아가서, 파사드 얘길 해볼게요.
현재 완성된 형태와는 시각적으로 크게 다른 파사드인데요.
그 의도는 말이죠.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1. 오밀조밀하고 캐주얼한 기존의 파사드에 비해 보다 건축물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사보텐의 음식을 살펴보면 결코 캐주얼 하지만은 않거든요.
엄밀히 말해 일본식 돈카츠는 캐주얼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는 음식이지만, 
제품의 가격대나, 컨셉 스토어의 메뉴를 고려하면 가치를 더욱 강조해야 한다고 봤어요.
잘 만들어진 브랜드라는 것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플래그쉽 스토어의 의미를 가지는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했어요..
2. 돈카츠는 튀김이고, 튀김이라는 음식은 씹을 때의 느낌이 중요하잖아요?
사전엔 없는 단어지만 치감이라는 말을 많이들 쓰던데, 영어로는 텍스츄어. 
그래서 재질감이 강조될 수 있는 방향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은 이랬습니다. 
의도와 화이트톤은 마음에 들지만 화이트 도장 형태로 마감되는 외관 치고 유지관리가 제대로 되는 곳을 못 봤다.
시간이 가더라도 산뜻하게 유지될 수 있고, 관리가 잘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연구를 더 해 달라. 그런데 타일은 별로다.


화이트톤은 마음에 들지만 화이트 도장 마감이 제대로 관리되는 곳을 못 봤다.
화이트톤은 마음에 들지만 화이트 도장 마감이
화이트톤은 마음에 들지만 화이트 도장 
화이트톤은 마음에 들지만 
화이트톤...
어쨌든 타일은 별로다.

네?!


네?!
도장 마감 안 쓰면 타일 쓰려고 그랬는데.. 타일은 아직 말도 안 꺼냈는데 어떻게 알았지.

아무래도 여러 직영점을 운영한 경험이 많기 때문인지 이러한 디테일에 대해서 요구사항이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피드백을 흘려들어선 안 되겠죠.
문제 해결을 하는 것이야 말로 디자이너의 중요한 임무 아니겠습니까. 
디자인은 많은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디자인은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니까요.

한술 밥에 배부를 순 없지요, 연구 과제가 생겼으니 다시 리서치 모드로 들어갑니다.

1. 내구성과 보존성이 매우 좋으며 
2. 색감을 표현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3. 우리의 의도대로 디자인적인 요소를 가미할 수 있을만큼 유연할 것

건축 외장재들을 디깅하다가 재미있는 제품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굳이 건축 외장재들을 스터디 한 이유라면 뭐, 내구성과 보존성을 중점에 두고자 했기 때문이에요.
디자인 요소를 가미할 수 있을만큼 유연한 것들이 드물거라 생각했지만, 기술이 발전했으니까요.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스터디 합니다. 




에퀴톤이라는 제품을 찾았는데, 진보된 형태의 섬유 시멘트 패널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각인도 가능하고, 컬러도 다양하고, 원하는 형태로 재단도 가능하며,
여러 타입의 텍스쳐를 가지고 있어 굉장히 유용한 제품이었어요.
섬유 시멘트 패널이기 때문에 내구성이나 보존성은 말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쉽게 파괴되지 않고 아름다운 소재입니다. 

타일과는 달리 원장 사이즈가 굉장히 커서 스케일이 큰 표현을 할 때도 좋고요. 그야 건축 외장재니까. 
국내에서 인테리어 파사드와 실내에 에퀴톤을 사용한 사례는 우리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에퀴톤 요만큼만 주세요


이렇게 소량을 주문한 사례가 없다 카더라



완성된 지 대략 10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굉장히 밝고 하얗고 뭐 다 좋은 것 같아요.
패널 위의 패턴은 선과 가시를 함축한 형태의 패턴으로 디자인한 것인데 일종의 디테일인 것이죠.

컨셉 디자인에서 의도했던 것들이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 매뉴얼에 적용시킨 디자인이라 새로운 사보텐 또는 히바린 매장 파사드에서 동일하게 보실 수 있어요. 
히바린은 사보텐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돈카츠 브랜드라고 하네요.



우왕 폰카로 대충 찍어도 웅장한 멋이 느껴짐

비싸서 쉽게 갖다쓰기 참 어려운데, 다행히 가격이 절반에 가까운 대체품도 있더라구요.
컨셉 스토어를 제외하고는 대체품을 사용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겉으로 봐선 똑같음.
참 좋은 제품입니다. 두번 쓰세요 에퀴톤. 


더 쓰면 너무 에퀴톤 영업 같으니까 여기서 그만할게요.

해서, 결국은 


요렇게 정리가 됩니다. 

지금까지 가구와 파사드를 중심으로, 작업 과정을 이야기했는데요.
사실 키친에도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기울였어요.

현재 오픈 키친으로 완성이 되어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는 프로젝트 초기에 오픈 키친은 관리가 안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실제 운영되는 기존의 모든 매장은 오픈 키친의 형태가 아니었어요.

심지어 우리는 오픈 키친을 굳이 말하자면 반대하는 입장이었어요 그래서,
전략적 선택으로 오픈 키친을 구현하고자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런↗ 데 말입니다↘

여기서 문득 의문이 생깁니다.
그저 조리하는 스태프의 움직임과 주방 분위기 정도를 보여주자고 했을 때,
그러면서 불필요한 것들이 과하게 노출되고, 눈에 보이는 것들이 정돈되지 못한다면
굳이 오픈 키친을 고집할 의미가 별로 없지 않을까요?  

물론 오픈 키친을 훌륭하게 구현한 공간을 우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만
오픈 키친의 나쁜 사례를 보여주는 곳은 두손 두발로도 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알고 있거든요.
딱히 프로세스가 제대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불필요한 수납과 어지러운 동선만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디테일이라고 해 봐야 쌓아둔 그릇들, 기물들이 드러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고요.
오너 입장에서야 애정을 가지고 신경써서 고른 그릇, 기물이지만 고객들에겐 그게 또 다른 경우가 많거든요.

고객들이 접근할 수 있는 면,
즉 홀에 맞닿은 면에서 의미있는 어떤 행위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굳이 오픈 키친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 행위는 퍼포먼스일 수도 있고,
커뮤니케이션일 수도 있고,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고,
어쨌든 뭐가 됐든 말이죠. 의미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그 면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그냥 배식/퇴식구를 틔여놓고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요?
실제로 불필요한 오픈 키친은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비용을 발생시키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비판적인 시각으로 스터디를 좀 해 봅니다. 




클라이언트는 수많은 매장 운영 경험으로 주방 설계에 관한 굉장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고,
그러한 노하우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무적 노하우가 결합되면서 많은 조정을 거쳤어요.

핵심은 이런 거에요.
사보텐의 컨텐츠는 돈카츠니까, 그 제작 프로세스를 홀에 맞닿은 면에서 보여주자.
오픈 키친을 정면에서 바라보면요.
맨 왼쪽은 고기를 두들기는 곳이죠, 뒤를 돌아 숙성고에서 고기를 꺼낸 후에, 고기를 두들깁니다.
죽어라. 두들기기만.

그리고 바로 오른쪽으로 오면 고기에 빵가루를 입히는 작업을 하고요. 
한 번 더 오른쪽으로 가면 튀기는 공정이 이루어집니다. 튀김기와 후드를 보이지 않게 처리했어요.
보여줄 필요가 없는 것들을 보여주지 않을 것,
대신 자연스럽게 디자인의 흐름을 정리하고 동선도 함께 정리될 수 있도록 할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다시 오른쪽에선 고기를 커팅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그 옆에서 디시업이 이루어져 서빙이 시작돼요.

 
동선의 흐름입니다. 돈카츠가 오픈 키친에서 완성되고, 다른 과정은 내부에서 이루어져 완성 되는 것이죠.


퇴식공간은 별도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고객들 시선에서는 퇴식 후의 음식물 트레이가 쌓이거나 식기 정리하는 부분을 볼 수 없게 되어 있어요.
대부분의 오픈 키친에서 가장 처리하기 곤란한 부분에 신경을 쓴 흔적들이지요.


오픈키친도 시연을 거쳤는데요. 시뮬레이션을 위해 뚝딱뚝딱 현수막과 아크릴로 만들었어요.
이걸 만드시느라 수고해주신 클라이언트측 아워홈 정보람 과장님께 찬사와 감사를 바치는 바입니다.


오픈키친을 시연 하느라 진지한 우리들과 클라이언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더 진지한 조중현, 이거 왜 찍었냐 권기영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중

건물 옥상에서 오픈 키친을 시연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시연을 통해 더욱 세밀한 조정을 거쳤고 운영 과정에서도 깔끔함이 유지되는 오픈 키친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오픈 키친입니다. 짠.
내부 키친의 상부 수납은 지저분해지기 쉬운 곳이라 딱 1단만 밖에서 볼 수 있어요.
키친 안에서 보면 숨어있는 간이 수납 공간들이 있어서 굉장히 유용하고요. 
주문서를 부착할 수 있는 공간도 사용하기 편하지만 밖에서는 보이지 않도록 되어 있어요.
도자기가 어슴프레 보이는 상부의 살대는 탈착식이라 수납공간을 막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핵심적인 공정을 동선의 불편함과 불필요한 노출없이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형태라고 할 수 있죠.

별로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방 내부의 하얀 타일은 두 가지가 있어요.
고객 눈에 보이는 부분과, 고객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의 타일이 다르거든요.


우측 벽의 굉장히 덩어리감이 느껴지고 못생긴 비율의 타일은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못생겼다기 보다는 홀에서 이어져오는 디자인의 흐름에는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죠.
근데 왜 썼냐고? 가격이 쌉니다. 말도 안되게. 
고객들은 키친을 살펴볼 때, 오직 좌측에 보이는 얇고 섬세한 타일만 볼 수 있어요.


바로 이런 비율

키친 내부지만 외부 홀에서 느껴지는 선의 흐름을 그대로 가져가고자 의도했거든요.
오픈 키친이기 때문에 시선의 흐름 또한 그대로 주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전체적으로 키친은 섬세하고 날렵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이런 키친을 정교하게 설계할 때 중요한 것은, 연구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요.
사실, 클라이언트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이 정도 높이, 기기 스펙은 이거구요. 이거 이거 들어가야 되고요. 만들어 주시면 알아서 수납하고 쓸게요’
라는 식의 접근 방법으로는 아무리 날고 기어도 좋은 구조로 설계되기가 힘들어요. 
모든 것이 정확히 배치되는 것과, 배치된 것 위에서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키친 상부를 잘 살펴보면 새롭게 리뉴얼한 브랜드의 톤을 표현하기 위한 패턴을 만들었어요.
다음 시리즈에서 추가로 다루겠지만 패턴의 형태는 전통적인 느낌에 머물러 있지 않도록 의도한 것입니다.



후후후

지금까지 공간을 디자인-설계하는 과정에서의 큼직큼직한 구조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네요.
하지만 홀에 있는 센터 그리드와 BX 차원에서 함께 연구해서 만든 디테일들이 남아있어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마지막 편에서 다루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뿅.

완성된 공간 사진 보러 가기


디자인
- Project Management : 김형진 / ARTEFACT
- Spatial Design : 강예경, 김태환 / ARTEFACT
- BX Graphic Design : 조중현, 권기영 / D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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